1. 좌식이냐 침대냐, 부모님은 침대가 편하세요
부모님과 함께 일본 료칸 여행을 계획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조건은 ‘침대가 있는가’입니다. 전통적인 료칸은 대부분 다다미방 구조로,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자는 좌식 형태예요. 보기엔 운치 있고 정겹지만, 나이가 있으신 부모님께는 그리 편한 환경이 아니에요. 특히 무릎이나 허리에 통증이 있으신 분들은 바닥에 앉았다 일어나는 동작 하나하나가 부담이거든요. 게다가 바닥에서 자면 아침에 일어날 때 힘들어서 하루의 시작이 무거워질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침대가 있는 료칸을 고르는 건 단순한 취향 문제가 아니라, 부모님의 여행 만족도를 좌우하는 핵심이에요.
요즘은 외국인을 겨냥해 서양식 침대를 구비한 료칸이 늘어나고 있어요. 예약 사이트에서 ‘침대룸’ 혹은 ‘양실’이라고 표시된 곳을 고르면 되고, 객실 사진을 꼼꼼히 보며 침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좌식만 있는 경우엔 메모란에 침대가 필요하다는 요청을 남겨두는 것도 방법이에요. 일본 숙소는 고객 요청을 꽤 성실하게 반영하는 편이니까요.
또 한 가지, 테이블과 의자가 있는 룸인지도 확인하세요. 다다미방에서 무릎을 꿇고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시는 건 어르신들에게는 무리가 커요. 객실뿐만 아니라 식사 장소도 의자석인지 알아두는 게 좋아요. 편하게 앉을 수 있어야 식사도 여유롭게 즐길 수 있잖아요. 결국 료칸 선택의 포인트는 외관이나 인테리어가 아니라, 부모님이 그 안에서 얼마나 ‘덜 불편하게’ 지낼 수 있는지예요. 정통 료칸도 좋지만, 효도 여행이라면 무엇보다 부모님 몸에 맞는 구조를 먼저 봐야 해요.
2. 계단 많은 료칸, 엘리베이터 있는 곳으로
전통 료칸의 단점 중 하나는 계단이 너무 많다는 거예요. 오래된 건물이 대부분이다 보니 엘리베이터가 없는 경우도 흔하고, 복도도 길고 구조도 복잡한 경우가 많아요. 방은 2층인데 식사는 1층, 온천탕은 지하. 이렇게 층을 오르내리는 구조라면 부모님께는 여행이 아니라 ‘훈련’처럼 느껴질 수 있어요. 특히 무릎이 약하시거나 발목이 불편하신 경우엔 하루에 몇 번씩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만으로도 체력이 고갈되죠. 이런 상황을 피하려면 처음부터 엘리베이터가 있는 료칸을 선택하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에요.
예약 사이트에서 ‘엘리베이터 있음(エレベーター あり)’이라는 문구를 확인하거나, 고객 리뷰에서 관련 언급을 찾아보세요. 간혹 표시가 없더라도 문의하면 알려주는 곳도 있어요. 만약 엘리베이터가 없다면 1층 객실을 요청하세요. ‘계단 적은 방 원해요’ 정도의 메모만 남겨도 대부분은 성의 있게 배려해 줘요. 일본 숙박업소는 이런 요청에 꽤 유연하거든요.
욕실과 화장실이 객실 내에 있는지도 확인해야 해요. 료칸 중에는 공용 화장실이나 공동 목욕만 제공하는 곳도 있는데, 부모님 입장에선 밤중에 공용 공간을 이용하는 게 정말 불편할 수 있어요. 특히 온천을 이용하지 않으시는 분이라면, 객실 샤워기 하나가 훨씬 중요해지죠. 이런 정보는 공식 사이트나 후기 사진을 통해 확인 가능하니까 꼭 체크하세요. 마지막으로, 식당과 온천탕, 객실 간의 동선이 단순한 료칸일수록 부모님도 훨씬 덜 지치세요. 아름다운 정원이나 고풍스러운 복도보다, 동선이 짧고 편한 구조가 진짜 ‘배려’라는 걸 여행 끝나고 나면 실감하게 됩니다.
3. 식사 제공 스타일과 메뉴 확인은 필수예요
일본 료칸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가 바로 ‘가이세키 요리’죠. 계절감을 살린 정갈한 상차림, 아름다운 그릇, 보기만 해도 감탄이 나오는 플레이팅. 그런데 부모님 입장에선 이게 꼭 즐거운 것만은 아닐 수 있어요. 생선회, 낯선 해조류, 절임 반찬 같은 것들이 많이 나오면 입맛에 안 맞아서 손도 못 대실 수 있거든요. 특히 아침 식사는 대부분 생선구이와 된장국, 흰밥, 낫토 같은 일본 전통 조식이라서 적응하기 어려우실 수도 있어요.
그렇다고 가이세키를 피하라는 건 아니에요. 다만 예약할 때 메뉴 구성이 유연한 료칸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에요. 요즘은 날생선 대신 익힌 생선이나 고기 위주의 요리로 대체 가능한 곳도 많고, 채식 식단이나 서양식 조식 선택도 되는 경우가 있어요. 예약 메모에 ‘생선회 제외’, ‘고기 중심 원해요’ 정도만 남겨도 대부분 조정해 줍니다.
그리고 식사 장소가 좌식인지 테이블석인지 꼭 확인하세요. 좌식 식당은 부모님 무릎에 또 부담을 주는 구조예요. 가능하면 ‘의자 있는 식당 부탁드립니다’ 정도로 요청해 두면 좋아요. 마지막으로, 조식 시간이나 메뉴가 너무 제한적이라면 근처 편의점에서 익숙한 간식이나 음료를 미리 사두는 것도 부모님 입맛을 지키는 방법입니다. 료칸의 식사는 단순한 끼니가 아니라 부모님이 ‘잘 대접받고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중요한 순간이에요. 그 시간을 스트레스 없이 보낼 수 있도록 돕는 게 진짜 효도예요.
여기에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갈 게 있어요. 부모님은 체력뿐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편안한 여행’을 원하세요. 무언가를 많이 보고, 많이 경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쳤다’, ‘힘들다’라는 감정이 쌓이면 그 여행은 결국 기억하기 싫은 시간이 되기 쉬워요. 그렇기 때문에 료칸에서의 하루는 단순한 숙박이 아니라, 여행의 중심이라는 생각으로 신중히 골라야 해요. 체크인부터 체크아웃까지 부모님이 편하게 머무를 수 있는 료칸을 찾기 위해선 침대, 계단, 식사뿐만 아니라 직원의 서비스 태도, 주변 환경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근처에 산책할 수 있는 평지 공원이 있다든지, 정류장이 가까워 걷지 않아도 버스를 탈 수 있다든지 하는 요소들도 부모님께는 큰 장점이 될 수 있어요.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가 부모님의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고, 여행의 기억을 따뜻하게 채워줄 수 있습니다.